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대학강사의 임금, 국가가 책임져라(202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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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6-01-22 13:58 조회10회 댓글0건본문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대학강사의 임금, 국가가 책임져라!
대학강사의 곤궁한 삶은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그 구체적 실상은 대부분 모른다. 강사 스스로 드러내길 꺼린다. 교육부조차 그 실태를 조사하지 않는다. 대한민국 정부의 치부이기 때문이다. 1977년 박정희 유신정권은 정권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일환으로 <교육법>을 개정하여 대학 강사의 교원 지위를 박탈하였으며, 이후 강사들은 시급제 비정규 교수, 일용잡급직이 되었다. 그러다가 2019년 <개정 고등교육법>(일명 강사법)이 시행되면서 그동안 대학가의 유령 취급을 받던 대학의 강사들은 41년 만에 다시 법적인 교원 지위를 찾았다. 강사법은 대학 개혁의 변곡점이 될 수 있었다. 강사법은 강사에게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여 일용잡급직이 아니라 교육·지도 및 연구를 담당하는 교원으로 인정하고, 퇴직금 지급,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연동한 강의료 인상, <사립대강사처우개선비>의 시행 등으로 대학교육과 연구 활동을 정상화할 발판을 마련했다. 그러나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대학은 강사를 대량 해고하였으며, 국회는 방학 중 임금 예산을 싹둑 잘라 22주 중 4주만 지급하도록 하였고, 강사법 시행 4년 만에 <사립대강사처우개선비>마저 폐지했다. 교육부는 5시수 이상 강사에게만 퇴직금을 지급하여 대다수 강사들을 노인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하였다. 급기야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연동되던 강의료 인상마저 무너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적어도 고등교육에 관한 한, 국가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고등교육은 한 나라를 지탱하기 위한 기둥이건만,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 시절에는 나라가 없어서, 해방 이후에는 돈이 없어서 고등교육을 민간에 맡겨 왔다. 그 결과 민간에서 설립하고 운영하는 사립대학의 비중이 전체 대학의 80%를 넘는다. 국립대는 국가가 설립하고 운영하는 고등교육 기관인데, 20%도 되지 않는 그 국립대마저 제대로 운영하지 않아, 국립대 운영의 일부를 학생 등록금으로, 즉 민간에서 부담하고 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2024년 기준 74.9%이며, 25~34세 청년층 고등교육 이수율은 70.6%로 세계 1위다. 그런데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재원의 비중은, OECD 평균이 71.9%인데 한국은 59.8%에 불과하다. 고등교육 재원의 40.2%를 민간에 부담시키고 있다. GDP 대비 고등교육에 대한 정부 재원 비율은 0.6%로 OECD 평균 1.2%의 절반 수준이다. 대한민국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장으로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국가에서 고등교육을 책임져야 한다. 최소한 국립대 운영만큼은 국가에서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국립대 등록금은 무상이어야 하고, 교원의 임금은 국가에서 전액 지급해야 한다. 강사의 임금 또한 국가에서 전액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아직까지도 국가의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부산대와 경상국립대는 지금 강의료 인상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다. 경북대도 아직 2025년 임금 교섭을 끝내지 못하고 있다. 부산대의 강의료는 시간당 105,000원이다. 전국 최고의 강의료라고 하지만 그래봤자 연 수입 2천만 원 정도이다. 최저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한다. 타 대학은 차마 입에 담지도 못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2025년 12월 국무회의에서 “정부, 공공기관, 지방정부가 사람을 쓰면 왜 꼭 최저임금만 주느냐”며 “최저임금은 그 이하로 주면 안 된다는 금지선이지, 그것만 주라는 권장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국립대 강사의 저임금의 최고 책임자는 누구인가? 바로 저 말을 한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남 일처럼 대하니 국가 기관인 부산대도 자신들의 강의료 수준이 전국 최고 수준이니 강의료 인상은 불가라고 한다. 교육부에서는 지난 2025년 국립대 강사의 강의료를 3천 원 인상했는데, 부산대에서는 3천 원이 아니라 1,500원만 인상하겠다고 한다. 대학에 돈이 없다고 한다. 부산대 강사들은 지금 대학 본부 앞에서 천막 농성 중이다. 이 갈등은 정부가 국립대 강사의 강의료를 70%만 지급하는 바람에 빚어진 갈등이다. 정부가 전액 책임져야 한다. 다른 교원과 마찬가지로 강사의 임금도 국가에서 전액 지급해야 한다.
강사들이 겪는 차별을 경제적 불평등에 국한해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민주주의 체제에서 문제가 되는 불평등은 권리의 불평등이다. 권리의 불평등은 민주주의를 그 근간에서 흔들기 때문이다. 경제적 불평등이 문제가 되는 건 그것이 권리의 제한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대학의 강사들은 고용 불안과 경제적 궁핍으로 교육과 연구 능력이 저하되고 있다. 학술생태계가 붕괴되고,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되고 있다. 참정권을 비롯한 정치적 권리의 제한은 강사의 교수권을 침해하고, 교원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있다. 불평등을 해소한다는 것은 단순히 소득과 자산의 격차를 줄인다는 의미가 아니다. 교육과 연구에서의 안정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자신의 전공에 따라 수업을 할 수 있는 다양하고 충분한 강좌가 개설되어야 하고, 교육자로서 또 연구자로서 존엄성과 품위를 유지하고 교육과 연구에 전념하는 데 필요한 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 정부는 그런 일을 하라고 있는 것이다.
사람은 먹고살아야 한다. 먹는 것을 막으면 사는 것도 막힌다. 대학과 학술생태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강사들의 임금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가족의 지원이 아니라 정부가 나서서 고등교육과 학문에 뜻을 가진 사람들이 버틸 수 있게 해야 한다. “학부생이 죄를 지으면 대학원에 간다.”는 말이 있다. 대학원생이 된다는 것이 벌을 받는 것이 되는 연유는, 이들이 바로 강사가 되기 때문이다. 대학의 강사가 된다는 것은 곧 생지옥에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는 서울대를 10개 만들겠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에서 2천 명 의대 증원을 추진하면서 각 대학에 증원 신청을 받았는데, 총 40개 대학에서 3,401명의 증원을 신청했다고 한다. 대학 자율성이 대한민국에서 어떤 결과를 낳는지 이보다 더 선명하게 보여 주지 못한다. 대한민국은 각자도생의 사회다. ‘오징어 게임’은 대한민국이기에 만들어질 수 있었다. 수도권 집중과 지역 붕괴, 그리고 저출산은 그 결과다. 대학은 사익 추구의 수단일 뿐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거점국립대 육성이 개인의 사익 추구를 위한 또 하나의 대학 만들기라면 거점국립대 주변의 지역 소멸은 가속화될 것이며,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붕괴할 것이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연구 중심 대학의 육성이어야 한다. 그래야 지역의 사립대와 상생이 가능하다. 그런데 그 연구 중심 대학의 대학에서 연구는 누가 할 것인가? 누가 대학원에 갈 것인가? 강사의 삶이 어떠한지 뻔히 알고 있는데, 그들이 어찌 대학원을 갈 것인가?
만성적인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대학의 강사들은 대학을 상대로 싸우지 못한다. 자신의 삶을 내건 노동조합이 임금과 처우개선 투쟁을 하기에 그나마 대학원을 진학하고 대학에서 강사를 할 수 있다. 학문후속세대 양성은, 학술생태계 지속은 정부가 아니라 오히려 노동조합이 하고 있다. 국립대뿐만 아니라 사립대 강사의 강의료도 국가에서 지급해야 한다. 국립대와 마찬가지로 사립대 강사의 강의료를 정부에서 전액 지급하되 퇴직금과 4대 보험료 정도만 사립대학이 부담하는 방식으로 해서 지역의 사립대와 학문후속세대를 살려야 한다. 고등교육을 더 이상 민간에 맡겨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대한민국 정부는 한가롭게 사립대 인건비를 국가에서 부담할 수 없다고 한다. 누가 사립대에 주라고 하는가? 반값 등록금처럼, 한국연구재단을 경유하건 지자체를 경유하건, 사립대 강사들에게 강의료를 주면 된다. 라이즈 사업이 있지 않은가? 하고자 하면 할 수 있다. 없는 것은 고등교육을 국가에서 책임지겠다는 정부의 의지다. “그런다고 죽은 고등교육이 살아나느냐?”고 말하는 자들은 학술생태계를 살릴 충분조건을 찾는 자들이다. 그런 도깨비방망이는 없다.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자들이 자기 임기 내에 일어날 일이 아니라고 나 몰라라 하고 있으면 안 된다. <사립대강사처우개선비>의 복원은 지역의 대학을 살리고 학술생태계를 지속시킬 필요조건이다.
부산대의 한 강사가 이렇게 말했다. “학생들의 ‘학습권’, 학문후속세대인 강사의 ‘교육권’과 ‘생존권’, 전임교원의 ‘연구할 권리’가 보장되어야 대학 교육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하지 않은 이 제안이 부산대가 소위 지역대학의 위기로부터 모두를 지킬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니, 학내 구성원들이 모두 관심을 갖고 충분히 고려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서로를 지키지 않으면 세계를 잃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환경과 노동환경 개선을 통해 대학의 구성원을 지킴으로써 무너져가는 대학을 지키고, 지역을 지킬 수 있는 길을 닦을 수 있습니다.” 정부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부산대와 경상국립대의 강의료 갈등, 정부가 책임져라.
2026년 1월 13일
한국비정규교수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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