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에게 ‘방학 중 임금’ 지급, 정부와 국회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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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6-13 11:45 조회21회 댓글0건본문
강사에게 ‘방학 중 임금’ 지급, 정부와 국회는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상룡 승인 2025.05.28 09:03
지난 2019년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 시행 이후 6년이 지나고 있다. 강사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해 ‘강사제도’가 도입됐지만, 강사들은 시간강사 때보다 모든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말한다. 교육부와 국회 앞에서 수시로 기자회견을 열고, 천막농성을 벌여도 묵묵부답이다. 강사들이 말하는 현행 ‘강사제도’의 개선 과제를 일곱 차례에 걸쳐 듣는다.
법률로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한다고 해 놓고,
22주의 방학 중 4주만 지급하는 것은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어기는 것이다.
한 학기의 강의 준비와 성적 처리 등의 업무를
각각 한 주씩만 설정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한다.
‘강사에게는 방학기간 중에도 임금을 지급한다.’ 고등교육법 14조에 있는 문구다. 시행령도 아니고 법에 왜 이런 조항이 들어 있을까? 곡절이 있다.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정부의 ‘포고령 1호’는 1980년 5월 17일 24시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한다는 ‘포고령 10호’를 참고했다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증언했다. 두 포고령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는데, 12.3 포고령 1호에는 5.17 포고령 10호에 있던 “각 대학(전문대학 포함)은 당분간 휴교 조치한다”는 문구가 없다. 이전과 달리 지금의 대학은 계엄령 발동에서 아무런 위협도 되지 않는 존재임을 이보다 더 여실히 보여주는 것은 없다. 대학은 독재정권이 가장 두려워한,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였는데, 이제 그런 대학은 사라지고 없다.
1977년 박정희 정권은 대학 내의 비판적 지식인을 탄압하기 위한 일환으로 강사의 교원 지위를 박탈하였다. 이때부터 대학 강사의 고달픈 인생이 시작되었으며, 교수 임용 비리와 생활고 등을 비관해서 자살하는 강사가 나오게 되는데, 알려진 것만도 9명이다. 1989년 이후 전국대학강사노조의 교원 지위 투쟁이 계속되었고, 2010년 10월 대통령 직속의 사회통합위원회에서 ‘강사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이를 토대로 2011년 고등교육법이 개정되었다.
그런데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되 교육공무원법 등을 적용할 때는 교원이 아닌 것으로 하였다. 허울뿐인 교원 지위를 부여할 뿐인 강사법에 찬성할 이들은 없었고, 이후 3차례나 유예되는 진통을 겪은 후, 2019년 8월부터 강사법이 시행되기에 이른다. 이 개정된 강사법은 국회의 요구에 따라 교육부 중재 하에 강사단체와 대학단체의 합의에 의해 마련된 것이다.

고등교육법에 방학 중 임금이 명시된 이유
그런데 개정된 강사법에서도 이전의 강사법과 마찬가지로 교육공무원법을 적용할 때는 강사를 교원으로 보지 아니한다는 조항이 그대로 유지되었다. 그럼에도 시행될 수 있었던 것은 3년 재임용 보장과 방학 중 임금 지급 때문이었다. 강사 문제는 크게 고용 안정과 처우개선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강사노조에서는 오랫동안 교원 지위 회복을 요구해 왔는데, 문제 해결을 위해 교육공무원법을 적용하지 않으면서 고육지책으로 도입한 것이 바로 3년 재임용 보장과 방학 중 임금이었다. 이러한 사정이 있었기에 고등교육법에 방학 중 임금이 명시된 것이다. 방학 중 임금은 강사법의 생명이다.
방학 중 임금은 상시 노동의 인정이다. 예전 시간강사는 강의 시간에만 노동하는 것으로 간주하였는데, 개정된 강사법은 시간강사를 강사로 이름을 바꾸고 방학 중에도 노동한다는 것을 인정하였다. 이 조항에 의해 강사도 강의 시간에만 교육활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법적 인정을 받게 되었으며, 강의 전후의 노동에 대한 임금을 받을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연구 의무가 있는 교수들이 방학 때 연구를 하기 때문에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다. 연구 의무가 없는 초중등 교사들도 방학 중 임금을 받는다. 따라서 방학 중 임금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임금 인상’이 아니라 상시 노동의 인정과 타 교원과의 차별적 대우에 대한 시정이었다.
한 학기 강의 준비를 한 주만 한다고?
교원의 임무는 교육·지도 및 연구이지만 현실적으로 강사는 교육만 담당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강사의 방학 중 임금을 강의 준비와 성적 처리로 해석하고 각각 한 주씩 지급하고 있다. 무급 방학 기간이 기형적으로 너무 길게 잡혀 있는데, 여기에도 사정이 있다. 개정된 강사법이 2019년 2학기부터 시행되므로 2019년 예산은 그 절반인 2개월분이 반영되어야 하는데, 정부는 예산상의 문제로 1개월분의 예산만 책정했다. 그마저도 국회에서는 0.5개월분(2주)으로 삭감하는 일이 벌어졌다. 애초 한 달 치만 책정한 교육부도 잘못이었지만, 그마저도 삭감한 국회의 결정은 더 심각한 문제였다.
그때의 잘못은 이후 시정되기는커녕 오히려 고착되고 말았다. 법률로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한다고 해 놓고, 22주의 방학 중 4주만 지급하는 것은 입법 취지를 정면으로 어기는 것이다. 또한 한 학기의 강의 준비와 성적 처리 등의 업무를 각각 한 주씩만 설정하는 것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해 논리적 설득력이 전혀 없다. 한 학기 강의 준비를 한 주만 한다고? 지나가던 소도 웃을 일이다.
교육과 관련한 준비는 교원으로 있는 기간 내내 하는 것이지 학기 개강 전 1주일만 하는 게 아니다. 임용 기간 내내 교육과 관련한 활동을 하는 것이므로 이에 대한 임금을 지급하라는 것, 이것이 고등교육법의 입법 취지이다. 이 점이 기존의 시간강사와 결정적으로 달라진 지점이다. 그런데도 대학은 여전히 강사를 시간강사로 생각하고 있고, 강의만 하는 자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방학 중 임금도 어쩔 수 없이 지급하기는 하지만 철저히 강의 준비와 성적 처리로 한정한다.
강사는 교원이 되었지만, 정부와 대학은 방학 중 임금을 비정상화함으로써 강사법은 현행 대학 교원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게 되었다. 강사는 연구자이자 교육자라고 하지만, 연구자이기보다는 강의에 매달리는 자로 남게 되었고, 그로써 강사의 법적 교원 지위 부여는 대학의 학문 발전에 기여하지 못하게 되었다.
새 정부는 사립대강사처우개선비 복원해야
방학 중 임금을 정상화하지 않으면 강사들의 불만은 계속 누적될 것이다. 강사는 비정규직이며. 강사법은 강사를 정규직으로 만들어주는 법이 아니다. 강사법은 그 한계 내에서 교원 지위를 인정하여 강사의 고용보장과 처우개선을 도모하고자 하는 법률이다. 그 실질적인 방안으로 도입된 것이 방학 중 임금이었다. 하루속히 정상화되어야 한다.
또 하나 기억해야 할 것은 방학 중 임금 지급을 사립대에 전적으로 맡기면 사립대는 강사들을 해고하게 된다는 점이다. 교육부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고, 강사법 시행 초기부터 4년간 정부에서 사립대 강사의 방학 중 임금을 지급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새로 들어설 정부가 지방대를 살리겠다면, 국가균형발전을 하겠다면, 사립대강사처우개선비를 복원해야 한다.
사립대의 인건비를 정부에서 줄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립대가 전체 대학의 80%가 넘는다. 사립대의 등록금을 사실상 정부가 통제하고 있는 나라이다. 고등교육의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고 있으면서도 이 정도도 못 하겠다면, 그 정부는 국가를 운영할 능력이 없는 것 아닌가?

이상룡 부산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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