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시간이라는 핑계, 강사 차별은 이제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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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작성일25-06-21 10:55 조회78회 댓글0건본문
단시간이라는 핑계, 강사 차별은 이제 끝내야 한다
- 임헌석
- 승인 2025.06.17 09:15
지난 2019년 ‘강사법’(고등교육법 개정) 시행 이후 6년이 지나고 있다. 강사 고용안정과 처우개선을 위해 ‘강사제도’가 도입됐지만, 강사들은 시간강사 때보다 모든 상황이 더 악화했다고 말한다. 교육부와 국회 앞에서 수시로 기자회견을 열고, 천막농성을 벌여도 묵묵부답이다. 강사들이 말하는 현행 ‘강사제도’의 개선 과제를 일곱 차례에 걸쳐 듣는다.
대학 강사에게 드리워진 ‘단시간근로자’
프레임을 폐기해야 한다.
고용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은 강제 적용하면서
퇴직금과 직장건강보험, 휴일과 연차는 제외하는 것은 법
적 일관성도, 도덕적 정당성도 없는 불평등이다.

2019년 강사법이 시행되면서 대학 강사는 고등교육법상 ‘교원’으로 법적 지위를 인정받았다. 그러나 실상은 이름만 바뀌었을 뿐, 처우는 제자리다. 강사는 여전히 고용은 불안정하고, 사회보험은 적용받지 못하며, 기본적인 노동권조차 보장받지 못한 채 방치되어 있다. 교원이라 불리지만 교원 대우는커녕 단시간근로자라는 이유로 권리 대부분이 박탈당하고 있다.
‘강의 시간’만으로 ‘단시간’ 근로자 분류
강사의 법정 강의 시간은 주 6시간, 예외적으로 9시간까지 가능하다. 이로 인해 강사는 근로기준법상 주 15시간 미만 (초)단시간근로자로 분류된다. 바로 이 ‘단시간’이라는 이유 하나로, 강사는 퇴직금, 주휴수당, 연차휴가 등 근로기준법상 핵심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현실과 동떨어진 판단이다.
강사의 노동은 강의 시간에만 그치지 않는다. 강의 준비, 수업자료 제작, 학생 상담 및 지도, 성적 평가, 수업 피드백, 학사 행정, 학문 연구 등 실제 노동은 주 15시간을 훌쩍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 활동은 근로자로서 실질적인 노동시간에 포함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정부와 대학은 ‘강의 시간’만을 기준으로 소정근로시간을 판단해 권리 보장을 회피해왔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2024년 7월, 2023다217312 판결을 통해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대학 강의의 특성상 강의 외에도 준비, 연구, 상담 등 부수적인 업무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므로, 강의 시간만으로 소정근로시간을 판단할 수 없다”라고 판시한 것이다. 이 판결은 강사의 실질적 노동을 법적으로 인정한 중요한 기준점이며, ‘단시간’이라는 근거로 차별을 정당화할 수 없음을 천명한 사법부의 판단이다.
퇴직금 못 받고 직장건강보험은 배제
그럼에도 정부와 대학은 여전히 강사를 외면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퇴직금이다.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은 주 15시간 미만 근로자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고 있으나, 법원은 주 5시간 이상 강사에게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판례를 꾸준히 쌓아왔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국립대에 한 해 주 5시간 이상 강사에게 퇴직금을 사업비로 지원하고 있으나, 일부 사립대와 주 5시간 미만의 강사는 퇴직금 없이 대학을 떠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강사의 퇴직을 ‘사적 손실’로 치부하고, 공적 보상을 배제하는 심각한 차별이며 불공정이다. 대학 강사의 노동은 정당한 대가를 받을 가치가 있다. 수년간 다양한 강의를 하고도 퇴직 시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하는 현실은, 대학이 강사를 소모품으로 대하고 있다는 방증이며, 명백한 착취이자 법 제도의 직무 유기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떠나, 동일한 교육노동을 수행한 이들에게 최소한의 법적 보장은 이뤄져야 한다.
직장건강보험 역시 차별의 상징이다. 강사는 월 60시간 미만 근로자로 분류되어 직장건강보험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 결과, 강사는 지역가입자로 분류되어 더 많은 보험료를 오롯이 부담하는 불합리한 구조 속에 놓인다. 반면, 고용보험과 국민연금은 예외 규정을 둬 가입을 강제한다. 다시 말해, 국가는 강사에게 책임만 떠넘기고 보호는 외면하는 것이다.
이처럼 퇴직금은 못 받고, 직장건강보험은 배제되며, 휴일과 연차는 적용되지 않는데, 보험료는 내야 하는 기형적 구조가 바로 지금 강사의 현실이다. 법과 제도가 강사를 제도 밖으로 밀어낸 채, 고등교육의 절반을 떠맡기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정의로운 사회인가?
‘단시간 근로자’ 프레임 폐기해야
이제는 대학 강사에게 짙게 드리워진 ‘단시간근로자’ 프레임을 폐기해야 한다. 강사의 노동은 실질적인 교육노동이며, 법과 제도는 이 실태에 근거해서 다시 설계되어야 한다. 고용보험, 산재보험, 국민연금은 강제 적용하면서 퇴직금과 직장건강보험, 휴일과 연차는 제외하는 것은 법적 일관성도, 도덕적 정당성도 없는 불평등이다.
교육은 공공의 가치 위에 세워진다. 강사들이 처한 현실은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고등교육시스템의 구조적 문제다. 지속 가능한 교육을 위해서는 강사들의 안정적인 노동환경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제도의 개선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정부와 국회, 교육부는 더 이상 침묵하거나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고등교육의 최전선에서 묵묵히 교육노동을 수행하고 있는 강사들에게 퇴직급여 적립, 직장건강보험 적용, 주휴수당 및 연차수당 등 보편적 사회보험을 전면 적용해야 한다. 국립대와 사립대의 이중 잣대도 폐지되어야 하며, 모든 강사에게 동일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강사는 교육노동자다. 고등교육을 떠받치는 핵심 인력이다. 이제는 차별을 멈추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야 한다. ‘단시간’이라는 핑계로 차별을 정당화하는 제도는 더 이상 용납되어선 안 된다.
강사에게도 인간다운 권리를 보장하라. 지금 당장. 전면적으로. 차별 없이.
임헌석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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